안녕하세요. 메가존클라우드 Cloud Advocate 팀의 현지환입니다. 저는 주로 기술 교육을 담당하며 조직문화와 관련된 업무를 같이 해오고 있습니다.
요즘 시대, 여러분의 회사와 조직문화는 안녕하신가요? 기업 생존에 대한 이야기가 끊이지 않는 매우 추운 겨울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모든 산업 분야가 그런 것은 아니겠지만 대부분의 회사는 지금 시대를 불황으로 인식하고 있을 것 같습니다. 요즘 같은 불황에 제일 먼저 예산이 축소되는 건 아무래도 복지나 조직 문화가 아닐까 싶습니다. 하지만, 예산이 없다고 해당 분야에서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괜찮을까요?
복지나 조직문화가 가장 영향을 많이 끼치는 것이 구성원의 정서와 심리입니다. ‘정서 관리’는 심리적 안전감과 소속감을 느끼게 해주는 좋은 방안인데요. 정서 관리가 잘 될 수록 업무에 집중할 수 있는 현실적인 시간이 늘어나고, 때문에 결과적으로 업무 몰입과 인재 밀도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줍니다.
하지만, 감성과 공감 등이 떠오르는 추상적인 정서 관리를 많은 분들이 어렵게 생각하시는데요. 모든 일의 시작이 그러하듯, 거창하지 않고 작은 시작으로도 구성원의 정서를 관리할 수 있습니다. 이 글에서는 정서 관리가 필요한 이유와 정서 관리 차원의 ‘EAP’라는 개념을 알아보고, 어떻게 작은 실천들을 해 왔는지 실제 사례에 대해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위 글은 채용•인사담당자들의 모임 채인지 커뮤니티의 '채인져스' 활동으로 작성된 글입니다. 채인져스는 ‘조직과 인사담당자가 마주한 고민들을 사람들간의 연결로 해결한다’는 채인지 커뮤니티 미션에 맞춰 다양한 인사이트를 공유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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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서 관리가 왜 필요할까
아시아경제가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애플리케이션(앱) 블라인드와 지난 3월 26일부터 지난달 5일까지 진행한 남녀 직장인 대상 설문조사 결과 응답자 294명(응답 완료자 기준) 중 절반 이상인 56%가 직장 생활을 시작한 이후 고립감이 심해졌다고 답했다. 회사에 다니면서 고립감이 줄었다는 응답은 13%로, 심해졌다는 응답률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31%는 직장을 다니기 전과 후 느끼는 고립감이 별반 다르지 않다고 했다.
요즘 주변에서 심심치 않게 외로움에 대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습니다. 요즘 세대 구성원이 느끼는 불확실성에서 기인하는 불안감과 대인관계의 어려움은 이전 시대와는 완전히 다른 것 같습니다. 위 인용과 같이 아시아경제에서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에서 많은 응답자가 ‘직장 내 외로움’에 대한 응답을 한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여기에는 다양한 원인이 있겠지만, 핵개인화, 온라인 매체와 도구의 발달, AI의 발달 등을 대표적으로 생각해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기술의 진보가 사람에게 미치는 영향은 다양한데 오프라인이 아닌 온라인으로도 거의 대부분의 일을 해결할 수 있게 되고, AI의 발달로 다른 사람의 도움이 덜 필요하게 되고, 핵개인화로 인해 자기 중심의 시간을 소비하는 경향이 나타나다 보니 인간적인 따스함이나 정서적인 교류의 부족, 커뮤니케이션 기술의 저하 등 다양한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기술은 완벽히 사람을 대신할 수 없고, 우리는 ‘함께’ 일을 하며 살아가기 때문에 직장에서의 정서 관리는 꼭 필요하며, 점점 그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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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AP 프로그램’은 무엇일까
EAP 프로그램 해외 사례
‘EAP’는 Employee Assistance Program의 약어로 근로자 지원 프로그램으로 불립니다. 한국에서는 흔히 정서 관리의 일환인 상담 프로그램으로 많이 알려져 있는데, 해외에서는 은퇴 후 재취업 지원 교육 및 취업 연계, 경력 단절 지원, 업무 상해 시 가족 생계 지원 등 다양한 형태의 지원 프로그램을 갖고 있습니다. 해당 내용을 정리해보자면, ‘EAP’는 일에 몰입을 방해하는 어려움을 해결하는 데 근로자 개인이 혼자 겪으며 힘들어하지 않도록 지원해주는 모든 프로그램을 이야기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해외에서는 대부분의 큰 기업이 다양한 형태의 EAP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Microsoft, Google, Amazon과 같은 빅테크를 포함한 대부분의 큰 기업, 중견 규모, 심지어 스타트업도 목적과 방향이나 규모는 다르지만 관련 프로그램을 가지고 있거나 진행하고 있습니다.
EAP 프로그램 국내 사례
한국의 상황은 어떨까요? SK 이노베이션의 하모니아, 토스의 커뮤니티 매니저와 커뮤니티 파트너의 몰입 관리 체계, 대우조선해양의 EAP 상담 프로그램 등 다양한 케이스가 있습니다. 국내의 사례들을 보면 대부분이 전문 상담사를 직접 고용하거나, 지원 전담 전문가를 통해 상담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이를 통해 구성원의 업무 몰입을 높이는 방식을 지향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공통적으로 EAP 프로그램을 도입하는 기업은 직원의 정서 관리를 통해 ‘업무 몰입’을 높이고 ‘인재 밀도’를 관리하는 것에 집중하고 있었습니다.
회의 내용을 AI로 요약해주는 생산성 SaaS 개발사 "tl;dv"는 업무 중단이 생산성과 비용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글을 발행했는데요. 독일의 싱크탱크 넥스트 워크 이노베이션에서 조사한 결과, 지식 집약적인 직종 종사자를 기준으로 시간당 평균 15번의 업무 중단을 경험하고, 이에 따라 업무 시간의 15~24% 손실, 전 세계 기업으로 환산하면 연간 약 580억 유로의 비용이 발생한다고 합니다. (한화로 약 88조 정도입니다) 이런 몰입 손실을 최소화하기 위해 EAP 프로그래 이용한 상담을 활용한다면 구성원의 정서를 안정시키고, 커뮤니티 관리 체계로 업무 이외의 고민에서 벗어나게 해주며 결과적으로 업무 몰입도를 높일 수 있는데요. 정서 관리가 몰입에 미치는 영향과, 몰입이 생산성에 미치는 영향을 긍정적으로 증대하기 위한 것이 ‘EAP’라고 볼 수 있습니다.
직접 경험한 EAP 프로그램 도입 사례
코로나의 위험으로부터 구성원을 보호하기 위해 많은 기업에서 재택 근무를 시행하던 시기가 있었습니다. 이 당시 미리 제도가 준비된 기업도 있었던 반면, 준비하지 못하고 급하게 시행했던 기업도 많았는데요. 저희도 후자에 속했었습니다. 온보딩을 통해 휴먼 터치 비율을 높여서 조직 구성원과 관계를 만들어가던 저에게도 이 때는 쉽지 않은 시기였습니다. 이전처럼 편안하게 얼굴을 보며 이야기를 할 수 없었고, 어딘가에 뿔뿔이 흩어져서 희미하게 연결된, 단절된 시간을 보내야만 했기 때문입니다.
저희 팀은 옴부즈퍼슨 제도를 조직 내에서 시행하고 있었는데, 재택 기간 동안 외로움과 고립감에 어려움에 대한 많은 이슈를 접수 받았습니다. 특히, 입사 1년 이내의 어린 친구들에게 많은 요청을 받았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그때는 저도 사람에 대한 많은 갈증과 그로 인한 어려움에 처해 있었고, 때문에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 볼 수 있을지 많은 고민을 했었습니다. 다른 회사는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대처하는지, 조직문화 프로그램에서 어떤 것들을 하고 있는지, 원격에서 가능한 것들이 무엇이 있을까를 집중해서 찾아봤던 기억이 납니다. 당시 내렸던 결론은 ‘온라인 콜을 상시로 해보자’ 였고, 재택근무가 진행되는 동안 온라인으로 구성원들과 최대한 많은 접점을 만들기 위해 애를 썼습니다.
: 성공적인 원격근무 가이드 보러 가기
마음 치유 센터 오픈
이후, 코로나의 심각도가 점차 낮아짐에 따라 해당 프로그램을 보다 구체화해서 시스템으로 만들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온오프라인 형식에 구애 받지 않는 일관된 방식을 갖추기 위해 아래와 같은 ‘이용 규칙’과 ‘이용 방법’을 만들어보았습니다.
[이용 규칙]
- 최소 만 24시간 전 예약을 부탁 드립니다 (장소 확보 필요)
- 1일 1회 30분 이용 가능합니다 (하루 최대 4회 한정)
- 장기간에 걸쳐 다 회 이용 가능합니다. 필요 시 일과 시간 이후 특별 이용 가능합니다 (협의 필요)
- 온/오프라인 이용 가능합니다
- 내담자의 비밀 보장 합니다
- 사안의 심각성에 따라 내담자의 동의 하에 Hiring Manager 혹은 HR로 확장할 수 있습니다.
[이용 방법]
- 상담사의 구글 캘린더를 봅니다
- 빈 일정을 찾습니다
- 30분 단위로 일정을 잡습니다
- 반드시!!! 비밀 일정으로 예약합니다
- 일정 제목에 [마음치유센터]를 헤더로 넣어주세요
그리고 드디어 2021년 6월, 해당 프로그램의 오픈을 정식 공지 하였습니다. 그리고 첫 내담자는 오픈 바로 다음 주에 만나 볼 수 있었습니다. 전문가가 아닌 사람이 이런 프로그램을 만들고 진행한다면 과연 신청을 할까라는 의문이 있었는데 생각보다 빨리 그 의문이 해결되었던 것 같습니다. 그렇게 2022년 겨울까지 172회의 상담을 진행 할 수 있었습니다. 상담을 진행하면서 제가 세운 기준도 아래와 같이 강화하며 보다 좋은 프로그램을 만들어가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 매회 아이스브레이킹과 정서 상황을 묻는 질문은 꼭 하기
- 상담 내용은 기록하지 않기(추후 통계를 위해 몇 가지 분류에 대한 데이터만 기록하기)
- 공감을 기반으로 해결책을 주기 보다는 방향을 같이 찾는 방향으로 이야기 나누기
- 진심으로 대하기
EAP프로그램을 통해 높인 업무 몰입도와 조직 문화
그 결과는 어떻게 되었을까요.
저는 조직의 엄마로 불리며 많은 구성원과 정서적 교감을 하며 그들의 리텐션과 성장을 위한 작은 일조를 했던 것 같습니다. 이용 층이 대부분 주니어가 많다 보니 업무의 어려움보다 커리어와 성장에 관한 논의가 제일 많았고, 그 다음으로 사람간의 관계, 커뮤니케이션에 대한 어려움을 많이 이야기 나누었습니다. 이용 규칙에 기반하여, 보다 심각한 상황이라 생각하는 건들은 보다 확장하여 도움을 드린 건들도 있었습니다. 상담자인 저와 내담자 간의 나이 차가 20살 가까이 나는데도 불구하고 연애 상담을 요청하셨던 건도 있었다는 점은 유난히 잊혀지지 않는 경험인 것 같습니다.
구성원들이 이런 다양한 어려움을 해소하는 과정에서 저는 과연 어떤 것을 얻었을까요? 다양한 세대와 커뮤니케이션 하는 방법을 더 잘 알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인지심리학, 상담심리학의 일부를 열심히 공부했고 덕분에 이제는 코칭까지 준비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몰입까지 이어진 성과를 정량적으로 측정할 수는 없어 아쉬웠지만 적어도 정서적인 안정감을 통해 조직의 구성원으로 잘 일할 수 있도록 기여했고, 구성원의 업무 몰입에도 어느정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자부심을 가질 수 있었습니다. 동료를 온전히 사람으로 대하는 것이 즐거운 저에게는 이런 동료와의 교감이 여전히 많은 영감과 기쁨을 주는 것 같습니다.
이렇게 저는 스스로의 시간을 이용하여 어설프게나마 EAP를 기획하고 진행해 보았습니다. 전문 상담가가 진행하신다면, 아마도 보다 더 전문적으로 듣고 도움을 줄 수 있을텐데요. 전문 프로그램이나 상담가 분들의 도움을 받을 수 없는 상황에서 그리고 예산이 없더라도, 구성원의 정서 관리와 업무 몰입 증진을 위해 작은 시도, 다양한 시도를 할 수 있다는 것을 말씀드리고 싶었습니다. 여러분에 회사에도 어려움에 처해 있는 동료가 있을 수 있는데요. 동료와 구성원들에게 작은 관심을 갖고 조직을 위해 다양한 시도를 해보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