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HR 결산 & 2024 미리보기
채용담당자들에게 요즘 채용이 어떤지 물어보면 공통적으로 3가지가 없다는 답변이 돌아온다.
“지원자가 없어요!”
“뽑을 사람이 없어요!”
“남는 사람이 없어요(뽑으면 나가요)!”
기업의 지속가능한 성장 동력으로서 인재를 확보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면서도 그만큼 쉽지만은 않은 일이다.
2023년 채용 트렌드 회고
1. 채용 축소
2023년 국내 경제는 저성장으로 시작했다. 시장은 투자보다 생존을 키워드로 내세웠고, 기업들은 설비투자는 물론 인적자원에 대한 투자도 대폭 줄거나 중단되었다. 최근 몇 년간 치열한 인재 확보 전쟁을 벌였던 IT 기반의 스타트업들도 투자 혹한기를 맞아 신규 채용을 중단하거나 구성원들과 안타까운 이별을 해야 하기도 했다. 한편 채용을 진행하는 기업들도 소수의 핵심인재를 중심으로 채용을 진행하면서 어떤 분야에서는 오히려 이전보다 인재 확보 전쟁이 치열하기도 했다.
2. 수시·상시 채용
수시·상시채용은 더욱 가속화되었다. 각종 취업 포털과 기관들의 조사 결과를 보면 수시채용과 경력직 채용에 대한 수요는 지속적으로 증가했다. 전통적으로 공채 위주로 진행되어 왔던 대졸 신입사원 채용도 특정 시즌에 쏠림 없이 수시·상시로 진행하는 기업들도 늘어났다.
수시·상시채용의 확대는 기업들의 채용 전략에도 변화를 가져왔다. 기업들은 구직자들로부터 관심을 얻기 위해 채용 브랜딩 활동을 강화하고, 채용 프로세스를 효율적으로 운영하기 위한 노력들을 기울이며, 직무에 필요한 역량과 경험을 가장 중요한 채용 평가 요소로 삼기도 했다.
3. 지원자 경험
시대가 변화하고 새로운 가치관과 소비 행태를 가진 세대가 등장하면서 채용에서도 경험이 중요해졌다. 지원자 경험은 지원자가 채용공고를 접하는 순간부터 시작된다. 지원자 경험에 따라서 해당 기업에 대한 입사 선호도가 바뀌는 것은 물론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해당 기업에 대한 긍정적·부정적 바이럴이 형성되기도 한다. 이에 따라 지원자들에게 긍정적인 채용 경험을 주고자 기업들은 채용 프로세스를 점검하고 개선하는 노력을 기울였다.
4. DX와 AI 활용
챗GPT(ChatGPT)로 대변되는 생성형 AI의 등장은 디지털 전환을 빠르게 가속화시켰다. 채용이나 HR 영역에서도 AI를 활용한 사례들이 점점 늘어나고, AI 기술을 활용한 솔루션들이 계속해서 등장했다. 특히 채용의 효율성을 높이거나 채용 과정에 있어서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한 AI 도입에 기업의 관심이 늘어나고 있으며, 채용에 있어서 어떻게 AI 기술을 활용할 것인지에 대한 논의들이 점차 확대되고 있다.
2024년 주목해야 할 채용 경쟁력
빠르게 변화하는 시장 상황에서 채용의 방식도 빠르게 변화·발전하고 있다. 특히 코로나19 상황과 저성장 시기를 겪으면서 채용에 있어서도 생존을 위한 변화들이 가속화되었다. 2024년에는 올해보다 경기가 점차 회복될 것이라는 전망이 있다. 물론 예전만큼은 아니겠지만, 이에 따라 기업들도 저마다의 성장 전략을 고민하고 있는 상황에서 기업의 인적 경쟁력 확보는 훨씬 중요해질 전망이다. 인적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채용의 성과를 높이기 위한 채용 경쟁력을 강화하는 것이 중요하다.
1. 지원자 확보 경쟁력
채용의 퍼널(Funnel)을 생각해 보면, 최종적으로 1명의 인재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후보자 풀을 충분히 확보해야 한다. 채용의 성과를 높이기 위한 전략은 지원자를 최대한 많이 확보하는 것에서부터 출발해야 한다는 의미이다.
인바운드로 지원자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채용 홍보·마케팅과 채용 브랜딩에 힘을 쏟아야 한다. 링크드인 보고서에 따르면 지원자의 75%는 해당 기업과 직무에 대해 사전 조사 후 지원한다. 단순히 기업의 네임밸류나 보상만으로는 우수한 인재들을 유인하기 어려워졌으며, 구직자들이 ‘일하고 싶은 회사, 지원하고 싶은 회사’로 인식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활동하는 것이 중요해졌다.
지원자 확보 경쟁력을 위해서는 채용 홈페이지에 대한 점검과 대비가 가장 중요하다. 채용 홈페이지는 채용정보부터 기업의 제품·서비스 소개, 팀 구성원 소개, 채용브랜딩 콘텐츠 등을 모두 담을 수 있는 매우 효과적인 창구가 된다. 실제로 그리팅의 조사에 따르면, 자체 채용 사이트가 존재 여부가 구직자의 지원 의사에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는 응답이 74%로 집계되었다.
채용공고를 홍보·마케팅 하는 플랫폼이나 채널의 전략적 우선순위를 정하고, 채용하는 포지션과 타깃 등을 고려하여 다양한 차원에서 시도해보는 것이 좋다. 채용 시장에서 잠재 지원자에게 기업과 직무를 매력적으로 포지셔닝하는 채용 브랜딩과 관련해서는 어떤 이미지와 메시지로 구직자들에게 어필할 것인지 점검해볼 필요가 있다. 채용 브랜딩의 핵심은 꾸준함과 일관성에 있기 때문에 전략을 세우고 구직자들의 니즈에 맞춰 기업이 보여주고자 하는 바를 콘텐츠에 담아 일관되게 메시지를 전달해야 한다.
구성원들은 어떤 점에서 우리 회사를 긍정적으로 느끼는지 조사하고, 이를 키워드 또는 메시지로 기획하여 채용 홈페이지와 채용 브랜딩 콘텐츠 등에 반복적으로 노출시켜야 한다. 내부 구성원들의 이야기를 인터뷰 형식의 콘텐츠로 만들어보는 것은 비용이 거의 들지 않으면서도 가장 손쉽게 만들어볼 수 있는 채용 브랜딩 콘텐츠이다. 채용 브랜딩은 채용 홍보·마케팅과 달리 단기적으로 지원자를 유입시키는 효과는 작지만, 장기적으로 계속해서 바이럴되면서 우리 기업에 대한 구직자들의 관심과 입사 지원을 유도하는 역할을 할 수 있다.
오가닉 지원자(Organic Candidate; 광고나 헤드헌팅보다 검색, 팀 블로그, 홈페이지 등을 통해 직접 지원한 지원자)를 늘리는 전략도 의미가 있다. 오가닉 지원자는 이탈율이 상대적으로 낮고 우리 조직에 더욱 적합한 사람일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채용의 성과와 질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된다. 오가닉 지원자를 늘리기 위해서는 앞서 이야기한 채용 브랜딩이 선행되어야 하며, 채용 홈페이지와 채용 브랜딩 콘텐츠의 SEO(검색 엔진 최적화)를 잘 설정해두는 것이 필요하다.
아웃바운드로 지원자를 확보하기 위해서 많은 기업들이 다이렉트 소싱을 시도하고 있다. 소싱은 1차적으로 채용 퍼널의 가장 앞단에 있는 지원자 수를 늘리는 데 효과적이다. 소싱의 효과를 높이기 위해서는 기계적인 소싱을 넘어서 장기적 관점에서 기회를 확보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마케팅의 CRM(Customer Relationship Management)처럼 인재 소싱에 있어서 TRM(Talent Relationship Management) 전략을 구사할 필요가 있다.
소싱을 통해 얻은 후보자 풀을 대상으로 한두 번 컨택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우수 인재는 지속적으로 너쳐링(Nurturing)하면서 좋은 관계를 유지하다가 적절한 기회가 생겼을 때 곧바로 채용 프로세스로 이끄는 전략이다. 문제는 TRM에 굉장한 시간과 노력이 소요된다는 점인데, AI 기술을 담은 솔루션을 활용하면 후보자 정보 입력이나 인재풀 관리에 소요되는 리소스가 효율적으로 줄어들 수 있다.
2. 지원자 경험 경쟁력
지원자는 채용 과정에서 일련의 여정을 거치게 되는데, 여정 속에서 지원자가 겪는 일체의 경험을 지원자 경험이라고 말한다. 지원자 경험은 지원자가 채용공고를 접하는 순간부터 채용 정보들을 탐색하고 지원서를 제출한 후 서류·면접 전형을 거쳐 최종적으로 합격·불합격 안내를 받게 될 때까지 보고 듣고 느낀 모든 것들이 해당된다.
지원자 여정 속에서 지원자가 기업과 마주하게 되는 수많은 접점들(touchpoints)을 통해 긍정적인 지원자 경험을 제공하기 위한 전략들을 세우고 실행할 수 있다. 채용 과정에서도 지원자들이 특별한 경험을 하는 중요한 순간들(Moment of Impact)이 있는데, 이러한 순간들을 잘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
지원자 경험은 채용공고에서부터 시작된다. 무엇보다 채용에 대한 정보가 충실하게 전달되어야 한다. 취업포털 사람인에 따르면, ‘채용과정에서 입사하기 싫어진 적이 있다’고 응답한 구직자의 43%가 입사하기 싫어진 순간으로 ‘근무조건 누락 등 공고가 충실하지 않을 때’를 꼽았다. 잡코리아 조사에 따르면, 취업 준비생들은 취업 준비를 위한 주된 활동으로 채용 정보를 검색한다. 그만큼 채용 과정에서 채용공고를 접하는 순간은 지원자 경험의 첫인상을 결정할 수 있는 중요한 순간이다.
채용 과정에서 지원자와 기업은 무수히 많은 커뮤니케이션을 진행하게 된다. 커뮤니케이션의 내용도 중요하지만, ‘응답 속도’ 또한 지원자 경험에 큰 영향을 주고 있다. 그리팅 조사에 따르면, 인재 쟁탈전이 가장 치열한 IT 개발자 채용 시장에서 지원자 경험에 긍정적인 인식을 주는 요소로 ‘빠른 결과 통보’가 66%로 가장 많은 응답을 차지했다. 수시채용이 더욱 활발해지면서 채용담당자도 지원자와 면접 일정을 조율하거나 결과를 안내해주는 횟수가 크게 증가했는데, ATS와 같은 솔루션을 활용하면 지원자와 훨씬 효율적이고 효과적인 소통을 할 수 있다.
면접 과정도 매우 중요한 순간이다. 면접을 앞둔 지원자 입장에서 가장 필요한 것은 무엇인지를 생각해보면 어떤 경험들을 제공해줄 것인지 설계하고 관리할 수 있다. 면접과 관련한 정보를 충실하게 얻었거나 면접 전후 채용담당자의 세심한 케어를 받았거나 또는 면접관으로부터 충분한 존중과 관심을 받았다면 면접 과정에서의 지원자 경험은 매우 긍정적일 것이다. 긍정적인 면접 경험은 결국 지원자가 해당 기업에 입사하고 싶게 만드는 요인이 된다.
긍정적인 지원자 경험은 지속적으로 기업의 채용에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 SNS를 통한 경험의 공유가 활발해진 시대에 지원자 경험은 다른 잠재적 지원자에게도 영향을 주게 되고, 긍정적인 지원자 경험은 입사 이후에도 긍정적인 직원 경험(Employee eXperience)으로 연결될 수 있게 해준다.
3. 디지털 경쟁력
DX 시대에 AI의 등장은 일자리와 일하는 방식에도 많은 변화들을 초래하고 있으며, 채용에서도 AI와 같은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솔루션들이 최근 주목을 받고 있다. 디지털 경쟁력은 채용 과정의 효율과 효과를 높여 궁극적으로 채용의 성과를 높이는데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
디지털 솔루션의 가장 큰 경쟁력은 운영 효율화에 있다. 기존에 손이 많이 가거나 반복적으로 진행한 오퍼레이션 업무들이 상당 부분들이 효율적으로 개선될 수 있다. 미국 포춘 500대 기업의 98%가 사용하는 ATS를 활용하면, 지원자 정보를 하나의 시스템에서 통합적으로 관리하면서 엑셀이나 수기로 진행하던 과정들을 간편하게 처리할 수 있다. 채용담당자-지원자, 채용담당자-현업담당자(Hiring Manager) 간의 실시간 커뮤니케이션도 가능하다. 이런 부분은 결국 지원자 경험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주게 된다.
또한 AI 자동화를 통해서도 이력서 정보 수집과 분석, 서류 적합도 검증 등에서 많은 부분을 자동화할 수 있다. 특히 데이터 파싱(parsing)과 같은 기술이 접목된 솔루션을 활용하면 이력서에 기재된 정보를 자동으로 파악하여 기록해주는 방식으로 단순 반복적 업무에 들어가는 시간을 획기적으로 단축시켜줄 수 있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채용 담당자는 이전의 반복적이고 일상적인 업무에서 벗어나 전략적인 파트너로서 시대적 요구에 맞게 변화해야 한다. 채용의 궁극적 목표인 적합한 인재(Right person)를 확보하기 위한 다양한 전략들을 세우고, 기술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영역들을 발견하고 보완해 나가야 한다. 기업의 전략, 사업 방향, 조직 역량 등을 고려하여 채용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실행 전략들을 세우고, 채용 프로세스를 더욱 효과적이고 효율적으로 개선해 나가는 것에 시간과 노력을 투입해야 한다.
또한 긍정적인 지원자 경험을 위한 프로세스 설계와 실행 관리에도 관심을 두어야 한다. 여기에는 채용담당자의 커뮤니케이션, 감성 터치와 같은 소프트스킬과 함께 창의성, 그리고 문제해결 역량이 중요하게 작용한다.
채용의 성과를 높이기 위한 각각의 경쟁력은 따로 떨어져서 작동하는 것이 아니라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고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다. 지원자 경험을 관리하는 것이 결국 지원자 확보에도 영향을 주고, 디지털 솔루션이 지원자 경험에 영향을 주기도 한다. 저성장으로 시작했던 2023년의 채용을 되돌아보면서, 2024년 우리 회사는 채용의 어느 부분을 보완하여 경쟁력을 높일 것인지 깊게 고민하며,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 우리 조직의 인적 역량을 확보하는 데 더욱 힘을 실어야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