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나 지금이나 인재를 선발하는 도구로 ‘면접’을 많이 사용하고 있지만, 그 방법과 절차는 많이 달라졌다. 시간이 지날수록 조직문화에 적합한 인재 채용의 필요성이 높아지면서 ‘컬처핏 면접 설계’가 중요해졌다. 이를 위해서는 가장 먼저 인재상을 정립해야 하며 각 프로세스에 맞게 면접을 진행해야 한다. 가장 적합한 사람을 우리 버스에 태우기 위한 구체적인 방법을 살펴보자.
인재를 선발하는 도구로서 가장 많이 사용되는 것은 ‘면접’이다. 아이오와대학의 심리학 교수였던 프랭크 슈미트 등의 연구에 따르면 면접은 입사 후 성과를 예측하는 데 있어 타당도가 높은 인재 선발 도구로 알려져 있다. 최근의 채용 트렌드에서는 컬처핏 면접이 주목받고 있다. 저성장기에도 우수한 인재를 확보하는 것은 여전히 기업의 지속가능한 성장 동력 이자 매우 중요한 전략인데, 보수적인 채용 스탠스를 유지하다 보니 채용의 양보다는 질을 강조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전통적인 대규모 공개채용보다는 수시·상시채용이 가속화되면서 기업은 해당 직무에 필요한 역량과 경험을 가장 중요한 채용 평가 요소로 삼으면서도 기왕이면 우리 조직과 직무 등에 가장 잘 맞는 사람을 채용하기 위해 적합성 검증을 중요한 평가 요소로 여기기 시작했다.
적합성에 대한 연구는 심리학에서도 오래전부터 존재해 왔다. 인간은 사회적 존재로서 개인과 환경 간 의 상호작용 속에서 행동하게 된다. 같은 사람도 어떠한 환경 속에 있느냐에 따라 성과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개인-환경과의 적합성을 보는 것은 중요하다.
아이오와대학의 에이미 크리스토프 브라운 교수는 개인-환경 적합성 연구의 범주를 개인-조직, 개인-직무, 개인-상사 적합성 등으로 세분화했다. 이 중 컬처핏은 개인-조직 적합성과 어느 정도 유사하지만 일종의 개인-문화 적합성으로 생각해 볼 수 있다. 결국 기업은 다양한 개인 중에서 조직, 직무 등에 잘 맞는 사람을 채용하는 데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데, 특별히 선발 과정에서 개인과 조직문화와의 적합성을 살펴보는 것이 바로 ‘컬처핏 채용’이다.
컬처핏 면접 설계
컬처핏 면접을 설계할 때에는 다음의 사항들을 고려해야 한다.
1. 인재상 정립
컬처핏 면접을 설계하는 첫 번째 단계는 채용하기를 원하는 인재상을 정립하는 것이다. 조직과 문화적인 관점에서 어떠한 사람과 함께하는 것이 조직몰입과 직무 만족 등의 측면에서 적합한지 구체적으로 정해야 한다. 이는 면접을 통해 맞춰볼 핏이 무엇인지를 정하는 과정인데, 결국 인재상은 컬처핏 면접의 평가 항목 이자 기준이 된다.
크게는 기업의 미션, 비전, 핵심가치를 바탕으로 기업 공통의 인재상을 정립해 볼 수 있고, 보다 디테일하게는 채용하려는 포지션별로 일종의 페르소나를 정하는 것도 필요하다. 이는 기업의 인재상이라는 큰 틀 속에서 실제로 일을 하는 집단과의 케미도 고려하기 위함이다.
이를 위해서는 어느 포지션의 채용을 진행하기 전에 채용을 진행하는 현업 부서와 사전 미팅을 해 어떤 사람을 뽑은 것인지에 대해 논의할 필요가 있다. 이 과정에서는 직무 적합성(Job fit)과 함께 조직·문화 적합성(Culture fit)을 함께 논의해 정할 수 있다. 즉 이 자리에 적합한 사람이 누구인지를 구체적으로 정해보는 것이다.
지원자 입장에서도 이 포지션이 필요로 하는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를 잘 인지하고, 지원자 자신이 해당 포지션에 적합한지를 파악해 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채용 공고에는 인재상이 잘 드러나야 한다. 앞서 언급했듯이 사회적 존재인 인간은 상호작용하는 과정에서 적합성 Fit이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다.
2. 컬처핏 면접 프로세스
면접은 일반적으로 서류전형 이후 최종 합격자를 선발하는 과정으로 진행된다. 몇 차례 진행되는 면접 중에서 컬처핏 면접을 가장 먼저 진행하는 경우도 있고, 1차 면접과 최종 면접 사이, 또는 최종 면접에서 진행하기도 한다.
국내에서는 많은 기업이 일반적으로 1차 실무면접, 2차 임원면접 형태로 진행하고 있다. 실무면접에서는 현업의 하이어링 매니저가 참여해 직무 핏을 중심으로 평가하며, 조직 상황에 따라서 1차 면접에 HR이 참여해 컬처핏을 보기도 한다.
상황에 따라 다르겠지만 컬처핏 면접은 직무핏 면접과는 분리해서 진행하는 것을 권장한다. 제한된 시간 내에 서로 다른 평가 항목과 평가 기준을 가지고 면접을 진행하다 보면 두 마리 토끼를 다 놓칠 수 있고, 평가 항목과 기준이 다르다 보니 해당 면접의 합격자를 선발하는 기준도 모호해질 수 있다.
또한 직무핏은 괜찮은데 컬처핏이 애매한 경우, 단순히 한 가지 평가 요소만으로 합 격·불합격 의사결정을 하는 것도 부담일 수 있다. 따라서 컬처핏 면접은 별도의 면접 전형으로 가져가거나 주로 인성과 조직적합성을 보는 임원면접에서 진행하는 것이 수월하다. 임원진은 채용에 있어서도 어느 정도의 의사결정 권한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컬처핏 면접이 더욱 효과적으로 작동하기 위한 도움을 줄 수 있다.
3. 컬처핏 면접 실행
컬처핏 면접에서 조직문화와 적합한 인재상·페르소나 등이 면접 기준에 해당된다면, 이제 이를 검증하기 위한 면접 질문과 면접관이 필요하다.
컬처핏 면접 질문은 주로 인성 검증에 사용되는 일반 질문과 행동 사건 기반의 경험 질문을 활용할 수 있다. 컬처핏 면접에서는 지원자의 가치관이나 마인드셋 이 우리 조직이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들에 적합한지를 검증해야 하며, 지향하는 조직문화나 일하는 방식, 함께 일하는 동료들과의 케미도 검증해 봐야 한다.
답변에서 조금이라도 미심쩍거나 설명이 부족한 부분이 있다면 추가 심층질문을 통해 최대한 구체적인 답변을 유도해야 한다. 또한 서두에서 언급한 것과 같이 개인은 환경에 따라 태도나 행동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어떤 상황에서 그렇게 생각했고 행동하게 된 이유가 무엇인지를 구체적으로 파악하고, 그것이 우리 조직의 상황과는 얼마나 적합한지 평가해야 한다.
컬처핏 면접관은 조직 관점에서 컬처를 잘 이해하고 있는 사람이어야 하며, 지원자의 답변에 맞춰 적절한 질문을 던질 수 있어야 한다. 따라서 잘 훈련된 면접관이 필요하며, 평가가 편향되지 않도록 단독 면접관보다는 여러 명이 면접을 진행하는 것이 좋다.
아마존에서는 모든 채용에 바-레이저가 면접관으로 참여하고 있는데, 바-레이저는 직무 핏보다는 아마존의 핵심가치와 리더십 원칙에 기초한 일종의 컬처핏 면접을 진행해 채용의 기준을 높이는 역할을 한다. 국내에서는 주로 CEO 또는 HR 부서가 컬처핏 면접관 역할을 하고 있다. 여기에 현업 리더도 함께 참여한다면 해당 부서에 대한 컬처핏까지도 디테일하게 평가할 수 있다.
면접 이후에는 디브리프 미팅을 갖는 것이 필요하다. 디브리프 미팅에는 실무면접에 참여했던 면접관 도 함께 참석해 직무핏부터 컬처핏까지의 면접 평가 결과를 리뷰하며 최종 합격·불합격 여부에 대해 서로 논의하고 합의한다. 또한 적합성 측면에서 합격선에 있지만 우려되는 부분이 있다면, 입사 후의 리텐션과 조직몰입을 위해 해당 부서의 리더가 참고할 수 있도록 논의하고 전달하는 과정을 거친다.
4. 컬처핏 질문 예시
- 이전에 경험했던 조직문화 중 나랑 가장 잘 맞았던 회사의 문화는 어떠했습니까? 반대로 가장 맞지 않았던 회사는 어떤 문화를 가지고 있었습니까?
- 우리 회사에 입사한다면 조직문화와 일하는 방식 측면에서 가장 기대되는 점은 무엇입니까?
- 주어진 업무 범위와 가이드를 넘어서 공동의 목표를 위해 스스로 주도적으로 기획하고 실행해 본 사례를 말씀해주세요
- 팀 내·외부의 사람들로부터 협업을 원활하게 이끌 어내서 성과를 창출한 사례를 말씀해주세요.
- 어떤 분들과 함께할 때 가장 즐겁고 헌신적으로 일할 수 있습니까?
컬처핏 면접이 잘 운영되려면
컬처핏 면접을 잘 운영하기 위해서는 우선, 컬처핏이 라는 면접 기준에 타협하지 않을 용기와 이를 도와주는 장치가 필요하다. 채용을 진행하다 보면 현업에서는 언제나 급하다고 재촉하기 마련이다. 이때 컬처핏 면접의 기준이 지켜지기 위해서는 타협하지 않을 장치가 필요하다.
합격자를 선발하는 평가 기준 중 일정 비율은 반드시 컬처핏 면접 평가 점수를 넣거나 복수의 면접관이 컬처핏 면접에 참여해서 만장일치로 합격 여부를 결정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두 번째로 조급함은 금물이다. 컬처핏 면접을 철저하게 보면 채용 속도는 다소 느려질 수 있지만, 급하게 채용을 하다 보면 컬처핏은 상대적으로 약해질 수밖에 없다. 새로 합류한 구성원이 기대 이하의 성과를 보여 주거나 조직과 잘 맞지 않다는 이유로 이탈하게 되면 조직에는 오히려 더 큰 손해가 생긴다.
그러나 컬처핏을 철저하게 평가해서 우리 회사에 정말 잘 맞는 좋은 동료가 합류한다면 구성원들도 충분히 기다린 보람을 느낄 수 있다. 이러한 성공 경험들이 쌓여야 컬처핏이 중요하다는 인식이 조직 전반에 자연스럽게 자리잡아, 하나의 조직문화로 지속될 수 있다.
마지막으로 든든한 스폰서가 필요하다. 스폰서는 결국 최고의사결정자인 CEO가 되어야 한다. CEO는 컬처핏 면접의 중요성을 조직에 설파하고 그 원칙을 가장 먼저 솔선수범해서 지킬 수 있어야 한다. 이를 통해 컬처핏 면접은 더욱 강화되고, 궁극적으로 우리 조직에 적합한 인재가 합류해서 조직문화를 더욱 단단하게 다지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짐 콜린스는 저서 《좋은 기업을 넘어 위대한 기업으로Good to Great》에서 “위대한 기업과 괜찮은 기업을 가르는 결정적인 차이는 사람이며, 기술이나 전략을 앞세우기 전에 먼저 ‘적합한 인재’를 모으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컬처핏 면접을 통해 보다 적합한 사람들을 채용하려는 노력들이 지속되고, 이들과 함께 유의미한 성과들을 만들어낸다면, 결과적으로 위대한 기업 으로 전진하는 추진 동력을 얻게 될 것이다.
《좋은 기업을 넘어 위대한 기업으로》의 한 대목을 인용하며 본고를 마무리한다. “적합한 사람들을 버스에 태운다면 그 사람들을 어떻게 동기부여하고, 어떻게 관리할 것인가에 대한 문제가 대부분 사라진다. 적합한 사람들은 빡빡하게 관리할 필요도 없고, 해고할 필요도 없다. 그들은 내적 동력에 따라 스스로 동기부여를 하고 최선의 성과를 일구어 내며 큰일을 창조하는 한 축을 담당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