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성장기 채용의 새로운 기준, ‘적합성(Fit)’
저성장 시대가 장기화되면서 많은 기업들이 채용 규모를 줄이고 있습니다. 한국경영자총협회의 ‘2025년 기업 경영 전망 조사’ 결과에 따르면, 300인 이상 기업의 53.7%가 “올해 채용 규모를 작년보다 축소할 것”이라고 답했습니다. 300인 미만 기업의 31.1%도 채용을 줄일 계획인 것으로 나타났죠. 커리어 플랫폼 사람인의 2024년 채용 결산 설문조사에서는 2024년 채용을 진행한 332곳 중 49.7%가 계획한 인원수만큼 채용하지 못했다고 밝혔습니다. 그 이유로는 '적합한 지원자가 없어서'라는 답변이 63.6%로 가장 많았습니다. 반면, 직원 입장에서는 직장을 쉽게 옮기기보다는 기존 조직에 잔류하는 ‘대잔류(Big Stay)’ 트렌드를 보이고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기업은 경영 불확실성으로 인한 보수적인 채용 스탠스를 유지하면서 조직과 방향성이 잘 맞는 인재를 소수 정예로 채용 중입니다. 즉, ‘핏(Fit)한 인재’를 채용하고자 하는 전략을 강화하고 있는 것이죠. 핏한 인재는 단순한 업무 수행 능력 외에 조직의 문화·가치·지향점에 부합하는 인재를 말하며, 핏한 인재의 확보가 결국 기업의 장기적인 성과와 성장에 연결된다는 인식과 연결됩니다. 글로벌 비즈니스 소셜 플랫폼 링크드인(LinkedIn)에서는 2024년 리포트에서 향후 5년간 채용 분야에서 가장 우선이 되는 아젠다는 ‘양질의 채용(Quality of Hire)’일 것이라고 전망하면서, 기업들은 회사의 원칙과 사명에 부합하는 가치를 지닌 인재를 채용하는 데 점점 더 집중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또한, AI의 비약적인 발전은 기업이 필요로 하는 스킬을 빠르게 대체하거나 변화시키고 있으며, 커뮤니케이션, 협업 능력, 리더십과 같은 소프트 스킬(Soft skill)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습니다. Quality of Hire 관점에서도 소프트 스킬을 갖춘 직원을 찾는 것이 중요한 목표 중 하나이며, 이러한 현실에서 핏한 인재 채용은 단순 유행이 아닌, 전략적 채용의 핵심 축으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핏한 인재’ 채용은 모집에서부터 시작
많은 기업들이 ‘핏한 인재’의 채용을 위해서 선발 프로세스를 고도화하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실제로는 모집 단계에서부터의 전략적 설계가 필요합니다. 기업만 지원자의 핏을 보는 것이 아니라, 지원자도 자신과 핏이 잘 맞는 기업을 찾기 때문입니다. 지원자 경험이 중요해진 시기에 구직자들은 해당 기업에 지원하기 전에 기업과 채용에 대한 정보들을 탐색합니다. 기업이 모집 단계에서부터 조직문화와 지향하는 가치, 방향성 등에 대해 잘 준비된 정보들을 충분히 공유하면, 지원자가 스스로 “이 회사에 잘 맞을지”, “만족하고 몰입하며 일할 수 있을지” 등을 고려해서 지원 여부를 판단하는 자기 선택(Self-selection)을 유도할 수 있습니다. 이는 불필요한 미스매치를 줄여 핏이 맞는 후보자를 자연스럽게 끌어들이며, 채용 효율을 높이면서 이탈 가능성은 줄여줄 수 있습니다.
① 채용 브랜딩 및 홈페이지 구축
전략적으로 잘 설계된 채용 브랜딩은 조직이 지향하는 가치와 일하는 방식을 명확하게 전달하여 핏이 맞는 사람을 끌어들이는 자석 역할을 합니다. 채용 브랜딩은 EVP(Employee Value Proposition)를 바탕으로 우리 회사가 내세울 수 있는 셀링 포인트를 발굴하고, 전달하고 싶은 키워드나 메시지를 뽑아 콘텐츠를 통해 전달하는 것이 핵심입니다. 채용 브랜딩 콘텐츠에는 우리 조직과 핏이 맞는 사람은 어떤 사람들인지, 조직이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와 일하는 방식 등이 담기게 되고, 해당 문화에 적응할 수 있는 지원자들이 유입되도록 유도합니다.
채용 브랜딩을 위해서는 채용 홈페이지 구축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구직자들이 사전에 정보를 탐색하는 필수 채널이기 때문입니다. 홈페이지에는 채용 공고와 함께 회사와 비즈니스에 대한 소개, 팀과 직무에 대한 소개, 채용 브랜딩 콘텐츠 등을 모두 담을 수 있고, 자연스럽게 RJP, RPP, RCP 관점에서 조직의 일하는 모습과 분위기를 현장감 있게 전달해줄 수 있습니다.
② 다이렉트 소싱 및 커피챗
Quality of Hire를 위해 소극적 후보자들을 적극적으로 발굴하고 영입하는 다이렉트 소싱 방식이 주목받고 있습니다. 고용노동부 ‘2024년 하반기 기업 채용동향조사’에 따르면, 경력직 채용 방법(복수응답)으로 다이렉트 소싱이 51.2% 비중을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다이렉트 소싱에서는 후보자의 응답률을 높이게 만드는 소싱 메시지가 중요한데, 핏한 인재를 채용하기 위해 메시지를 효과적으로 구성해야 합니다. 예컨대 단순히 “당신의 경력이 우리에게 필요하다”는 메시지를 넘어서, “우리는 이런 방향성을 가진 팀이며, 당신이 지향하는 커리어와 이런 점에서 잘 맞을 수 있겠다”는 비저닝 중심의 커뮤니케이션이 효과적입니다.
인바운드/아웃바운드 채용을 막론하고 요즘은 ‘커피챗’ 형태의 미팅을 선발 과정에서 많이 활용합니다. 커피챗은 공식적인 면접보다는 캐주얼한 형태의 비공식 미팅에 가깝지만, 핏한 인재 채용을 위해 명확한 목적을 설정하고 전략적으로 설계하여 진행하는 것이 효과적입니다. 커피챗의 주제를 핏 확인과 장기적 관계 형성에 둔다면, 그에 맞는 커피챗 대화 콘텐츠과 질문들을 미리 준비해야 합니다. 기업은 후보자의 이력서를 바탕으로 커리어 계획을 사전에 파악하여 조직의 방향성과 접점이 있는지를 확인하고, 후보자가 조직의 가치와 기대 수준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일하는 방식의 지향점이 어느 정도 일치하는지 확인할 수 있도록 하는 콘텐츠들을 가지고 대화를 진행하는 ‘방향성 대화’에 초점을 두어야 합니다.
‘핏한 인재’ 선발을 위한 컬처핏 검증
선발 과정에서 컬처핏 검증은 이제 많은 기업에서 활용하는 채용 프로세스가 되었습니다. ‘2024년 하반기 기업 채용동향조사’에 따르면, 응답 기업의 61%가 채용 과정에서 지원자의 컬처핏을 평가하고 있으며, 면접 또는 별도의 전형을 통해 다양한 방식으로 컬처핏을 평가하고 있습니다.
효과적인 컬처핏 검증을 위해서는 검증의 기준, 방법, 주체, 시점을 정하고 가능한 구조화하여 ‘주관적 느낌’이나 ‘성향의 유사성’에 의존하지 않도록 방지해야 합니다.
Quality of Hire를 위한 컬처핏 검증은 점점 더 중요해질 것으로 보입니다. 특히, AI 시대에 ‘소프트 스킬’이 더욱 중요해지면서, 기업은 AI로 대체하기 어려운 인간만이 가지고 있는 능력인 공감적 커뮤니케이션, 성장 마인드셋, 팀워크와 같은 소프트 스킬을 갖춘 인재를 채용하려는 노력을 더욱 기울일 것입니다. 이러한 소프트 스킬은 곧 기업이 지향하는 일하는 방식과 태도로서의 컬처핏과도 연결됩니다.
컬처핏 검증의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내부에서 ‘컬처핏 전문 면접관’을 육성할 것을 제안하고 싶습니다. 조직문화와 인재 채용을 담당하는 각 기업의 인사/채용담당자들이 컬처핏 전문 면접관으로서의 역할을 가장 잘 수행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며, 핵심가치와 인재상을 중심으로 컬처핏 면접 가이드와 질문들을 구성하고, 실제로 면접을 실행하면서 학습한 내용들을 계속 업데이트하면, 기업만이 가지고 있는 고유의 소중한 HR 자산이 될 것입니다.
맹목적 컬처핏 채용의 함정
컬처핏은 조직과 지원자의 핵심가치, 일하는 방식, 의사결정 스타일 등에서 ‘지향점’이 일치하는가를 평가하는 것입니다. 컬처핏 검증에서는 ‘나랑 잘 맞는 사람인지’를 평가하는 유사성 오류에 빠지기 쉽습니다. 컬처핏 검증은 ‘우리 조직이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에 부합하는 사람인가’를 구조적으로 검토하는 과정이어야 합니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성향’이 아닌 ‘가치’ 중심으로 검증(평가)해야 하며, 가능한 정량적 기준과 구조화된 질문을 활용하는 것이 효과적입니다.
또한 핏을 검증할 때는 ‘동질성’만이 아니라 ‘보완성’을 고려해야 합니다. 미국 아이오와대학교의 에이미 크리스토프 브라운(Amy Kristof-Brown) 교수는 개인-조직 적합성(P-O Fit) 기준 중 하나로 보완 적합성을 제시했습니다. 컬처핏은 개인과 조직이 유사한 특성 뿐만 아니라, 서로 부족한 부분을 보완해주는 관계가 될 때 온전히 발현된다는 점을 주의해야 합니다. 아마존은 “조직의 평균 효율성을 높여줄 사람인가”를 채용 철학 중 하나로 삼았습니다. 컬처핏 검증은 다양성을 해치지 않으면서도 조직과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사람을 찾는 것이 중요합니다.
마지막으로, 컬처핏 검증에서는 편향(Bias)을 줄이고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한 시스템을 두는 것이 좋습니다. 한 사람의 주관이 면접 전체에 영향을 주지 않도록 복수의 면접관을 두어 검증 결과에 대해 서로 상의하여 신뢰도를 높이거나, 한 명의 후보자를 다양한 직무의 구성원들이 순차적으로 검증하는 루프 인터뷰 등을 통해 다양한 시각의 판단을 반영해야 합니다.
채용 성공을 위한 제언
핏한 인재를 채용한다는 것은 곧 기업의 방향성과 철학에 적합한 인재를 영입하는 일입니다. 채용의 성공을 위해서는 지원자 관점도 간과해서는 안 됩니다. 예를 들어, 핏 검증을 위해 전형 단계를 불필요하게 추가하여 채용 리드타임이 지나치게 길어지거나 전형 단계별 검증 목적이 흐려진다면, 지원자는 피로감을 느끼고 중간에 이탈할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또한 과도한 핏 검증은 오히려 채용 프로세스가 객관적이지 못하고, 입맛에 맞는 사람만 뽑으려 한다는 오해와 부정적인 지원자 경험을 줄 수 있으니 유의해야 합니다.
핏한 인재 채용은 결국 공정한 채용과도 직결됩니다. 기업은 중요하게 생각하는 문화적 지향점과 가치를 모집 단계에서부터 후보자에게 충분한 정보로 제공하고, 선발 과정에서도 다양한 관점이 반영된 구조화된 검증과 평가를 진행함으로써 지원자에게 채용 절차에 대한 신뢰를 줄 수 있습니다. 이를 통해 기업에 대한 호의적인 평판이 형성되고 우수한 인재의 지원이 확대되며, 더욱 핏한 인재를 확보할 수 있는 가능성이 높아지게 됩니다.
핏한 인재를 채용하기 위한 프로세스를 설계하는 일은 결국 Quality of Hire를 성취하는 일이며, 나아가 기업의 장기적인 성과와 성장을 도모하는 전략적 비즈니스 파트너로서의 중요한 역할입니다.
